번역/리제로 : Lost in Memories

리제로스 신장3 5화

SAYO_ 2022. 3. 21.

정상의 요새

─ 스바루 일행은 적은 정보를 가지고
참호에서 앞으로의 방침을 다시금 확인한다
밤이 되고, 정상의 요새를 목표로 정하는데 ······ 

─ 로보스 고지 북서쪽 벼랑길 / 밤

스바루 : 여, 여기로 올라가는건가요 ······ ?

해가 지고 밤의 장막이 내려진 로보스 고지

빌헬름과 스바루의 판단대로
왕국군과 아인 연합의 전투는 일단 휴식에 들어가고
로보스 고지는 정적을 맞이했었다

낮에 의논했던 왕국군에 잠입하기 위해
정상의 요새를 목표로 삼은 스바루 일행은
로보스 고지 서쪽 끝의 벼랑길에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층암절벽
들어간다는건 상상도 할 수 없는 판단이었다

스바루 : 아니, 무리무리무리! 무리예요!
아침까지 올라가도 반도 가지 못할거 같은데요!

스바루 : 에밀리아땅도 빡세지 않겠어!?

에밀리아 : 마, 마법을 쓰면 어떻게든 ······ 

스바루 : 아, 치사해! 
그보다, 『몽환사본』 에서도 마법을 쓸 수 있다는건
듣지 못했는데!

에밀리아 : 응, 쓸 수 있는거 같아
이 세계에도 미정령이 있으니까
그 아이들에게 힘을 빌릴 수 있을거야

스바루 : 그, 그렇구나
그 미정령도 재현자 취급이려나

빌헬름 : 그건 기쁜 소식이군요
하지만, 이 벼랑길은 정상에서 감시하고 있을테니
단숨에 올라가야 하겠지요

빌헬름 : 그러니, 두 분께서는 제 등에 업혀 가시는게 좋겠습니다

스바루 : 『그러니』 의 앞이 『검귀』 기준!!

에밀리아 : 스바루, 큰소리를 내면 들킬지도 몰라

빌헬름 : 에밀리아 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 근처까지 정찰을 할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방심해서는 안되는 일이지요

스바루 : 알겠어요 ······ 그럼, 실례합니다

스바루는 빌헬름의 등에 업히고
다음으로 에밀리아가 손을 뻗는다

에밀리아 : ─ 고마워. 빌헬름 씨, 괜찮아?

빌헬름 : 네, 괜찮습니다. ─ 그럼, 가보도록 하죠 
꽉 붙잡고 계셔주시길

스바루 : 오, 오오 ─ 으아아아악!

야음에 섞여 하나가 된 세 사람의 그림자가
가파른 벼랑길을 오른다

빌헬름이 말했던대로
정상의 요새에 있는 정찰용 망루에서는 
탐조등의 광선이 벼랑길을 비추어, 침입자를 쫒고 있었다

빌헬름은 그 빛을 무난히 돌파하고
요새의 뒤쪽에서 등에 업었던 두 사람을 내려주었다

에밀리아 : 굉장하다 ······ 빌헬름 씨가 말했던대로
정상의 요새에 땅따라땅 맞춰서 도착했어

스바루 : 땅따라땅이라니 ······ 

스바루 : 그것보다도, 에밀리아땅도 아까 말했지만
지리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계시네요

스바루 : 혹시, 빌헬름 씨도
로보스 고지에서 싸웠던적이 있으신건가요?

빌헬름 : ───

스바루의 물음에 빌헬름이 망설이는듯한 표정을 하더니
침묵을 지켰다

스바루 : ───

틀림없이 무슨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지금 물어볼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뇌리에 떠오른것은 
좀전에 참호에서 보았던 폭사 사체에 대한것이었다

전쟁중에 일어난 일이다
말하지 못할 기억 하나 둘쯤은 반드시 있었겠지

스바루 : 죄송해요, 빌헬름 씨. 지금은 이쪽에 집중할게요

빌헬름 : 아닙니다, 저야말로 죄송했습니다

빌헬름 : 이쪽으로 가면 들키지 않고 잠입할 수 있을겁니다
신중히 가도록 하죠

빌헬름의 지시로 스바루 일행은 사각지대로 담을 넘어
정상의 요새 안으로 잡입한다 ─

─ 로보스 고지 정상의 요새 / 밤

왕국군 병사 : 이걸로 끝!

다른 왕국군 병사 : 또 졌나! 젠장, 기다려봐!

왕국군 병사 : 헤헤, 미안하게 됐네!
꿀꺽, 꿀꺽, 꿀꺽 ······ 아아!

스바루 : 카드놀이나 하면서 술이나 퍼마시다니 ······ 

에밀리아 : 으, 담배 냄새가 엄청 심해
눈이 핑핑 돌아버릴거 같아 ······ 

빌헬름 : ───

스바루 : ─ 빌헬름 씨?

빌헬름 : 아아, 죄송합니다 ······ 잠시 생각에 빠졌었군요

빌헬름 : 이 세계를 만든 《주인공》 은
대체 어떤 인물일지에 대해서 ······ 

스바루 : 그건, 즉 ─

 

영상 영상
맞다? (지식 600 / 매력 300) 아니다? (용기 500)
이 광경이 사실이라는 말인가요? 이 광경과 다르다는 말인가요?
빌헬름 : ─ 네
제가 전해들은 로보스 고지의 상황과 아주 닮았습니다
에밀리아 : 스바루, 그게 아니지 않을까
아마 빌헬름 씨가 말하고 싶었던건 ─
에밀리아 : 아인전쟁 시대의 왕국군과
지금을 비교하면, 엄청 야무지지 않았구나
빌헬름 : 네, 이 상황은 제가 전해들은
로보스 고지의 상황과 아주 닮았습니다
- 스바루 : 실화냐 ······ 
옛날 왕국군은 엄청 들러리처럼 보였구나

 

빌헬름 : 전우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이런 상황은 당시에도 드물었다고 해명하겠습니다

빌헬름 : 로보스 고지는 특수한 전장입니다

스바루 : ─ 특수? 이 정상을 얻어내기 위해서
몇번이고 치열한 싸움이 반복됐다는 이야기인가요

빌헬름 : 네. 공격이 수월하고, 방어가 어려운 이 요새는
그 행군 정도로 보건데
아마도 모레쯤 아인 연합의 손에 들어갈겁니다

빌헬름 : 그렇게 되면, 왕국군의 병사는
이 거점에서 도망가고, 부대를 재편해서
정상을 탈환하기 위해 세차게 타오르겠죠

스바루 : 뺏으면 뺏기고, 뺏기면 뺏는걸 반복한다 ······ 

빌헬름 :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저 이 땅의 교착 상태를 길게 끌기 위한 싸움 ······ 

에밀리아 : ······ 너무해

빌헬름 : 주간 전투가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병사들의 감각이 마비되고
타성의 전장으로 쓸데없이 희생자가 늘어갔다 ─

빌헬름 : 로보스 고지는 그런 장소입니다

스바루 : 그런건 위쪽 녀석들이
책임지고 어떻게든 해야하는게 아니냐고 ······ 

에밀리아 : 그래서 ─ 

에밀리아 : 그래서 마다라 중대같은
왕국군 안에서도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 보내졌던거구나 ······ 

스바루 : ─ !

스바루 : 그게 뭐야 ······ ! 정도가 없잖아 ······ 

영원히 싸움을 반복한다 ─

스바루는 낮에 간단하게 입으로 내보냈던 말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것에 대해서 깨달았다

반복되는 싸움속에서 깎여나가는 정신
소모되는 병샤들의 목숨

설령 그들이 재현자라고 할지라도
일부러 이런걸 만들어낸 《주인공》 의 생각을 알 수가 없었다

만나게 되면 그 이유를 들어봐야만 하겠지

스바루 : 이건 과거에 일어난 일이고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건 없겠지 ······ 

빌헬름 : 이 세계가 꿈이라고 하더라도 
꿈을 보고 있는 《주인공》 이라는 자가 있다는것과
그것에 엮여버린 렘 공이 있다는건 사실입니다

빌헬름 : 저희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도록 하죠

스바루 : 네 ······ 예정대로
여기에서 제일 대단한 녀석을 만나러 가보자고

빌헬름 : 저기가 이 요새의 지휘소입니다

건물의 그림자에서 그림자로 이동하고
세 사람은 큰 나무 주변의 건물을 시야에 새긴다 

스바루 : 뭔가, 전체적으로 너덜너덜하네요 ······ 

장식성은 일체 없고 돌관공사로
일단 통나무를 늘여 두른듯한 급조 건물이었다

일단 왕국군의 깃발이 서있기는 하지만
아람 마을에 있는 무라오사의 집이 더 호화스러울 지경이다

스바루 : 저쪽 건물이 더 나을 정도인데 ······ 

빌헬름 : 아마도 지휘소는 거듭되는 싸움으로
몇번이고 파괴되었을테지요

빌헬름 : 저쪽 창고나 막사가 피해를 입었다면
나중에 자신들이 쓸 때 곤란해지기 때문에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스바루 : 타성의 전장이라 ······ 

스바루 : 빌헬름 씨가 밤이 되면 전투가 멈춘다고 말했을 때
기습의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스바루 : 대충 납득이 되었어요
호흡을 맞춘다고 해야되나, 댄스라도 추는 느낌이네요

빌헬름 : ───

빌헬름 : 밤은 소수로 그곳을 노리거나
이 싸움을 막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짧은 침묵을 한 뒤, 말하는 빌헬름을 보며
스바루는 소름이 끼치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에밀리아 : ─ 빌헬름 씨는
롤보스 고지에서 싸움을 말리려고 했었어?

빌헬름 : ─ 과거의 일입니다
눈치를 챘을때는 이미 다 늦었었죠

스바루 : 빌헬름 씨 ······ ?

빌헬름 : ─ 갑시다
신호를 드리면 두 분은 나중에 따라와주세요

허리춤에 검의 손잡이에 손을 대고서 빌헬름이 달려나갔다

지휘소에 들어가는 입구의 앞에는 보초가 둘 있었고
그들은 작게나마 긴장감을 가지고 임무에 임하고 있었다

하지만 ─

빌헬름 : ─ 핫!

왕국군 병사 : ─ !?

빌헬름의 신속한 검은
그들이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의식을 빼앗았다

스바루 : ─ 의식을 잃는 정도로는 사라지지 않는건가
사라졌다면, 재현자라는 이유로 여러가지가 잘 풀렸을텐데

스바루 : 죽으면 사라지는 재현자 ······ 
라는 정보밖에 없는게 좀 혹독하네

빌헬름 : 《주인공》 을 죽이게 될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걸까요?

에밀리아 : 그 점에 대해서도 팩에게 물어봤으면 좋았을텐데 ······ 

스바루 : 뭐, 후회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여기 안에 있는 녀석들에 대해서는
꽁꽁 묶어버린 뒤에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자고

빌헬름 : 갑자기 전쟁에 휘말린 이상, 어쩔 수 없군요

보초를 쓰러뜨렸을때와 똑같이 빌헬름이 앞을 정리하고
재빠르게 지휘소에 들어갔다

왕국군 지휘관 : ─ 뭐, 뭐하는 녀석들이냐!?

빌헬름 : ─ 죄송합니다!

왕국군 지휘관 : 누, 누구 ─ 억!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던 지휘관의 입에
상대의 망토를 째어 만든 재갈을 물려 입을 봉인한다

빌헬름 : 조용히. 저희는 당신을 뺏으러 온게 아닙니다

왕국군 지휘관 : ───

스바루 : ─ 일단, 잠자코 들어줘

스바루 : 우리는 책에 빨려들어온 여자아이를 찾으러 여기에 왔어

스바루 : 너희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할 생각도 없고

스바루 : 그저, 그 렘이라는 여자아이를 찾아서
밖으로 나가고 싶어 ─ 그것뿐이야

왕국군 지휘관 : ─ ?

지휘관은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아무리 봐도 스바루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눈치다

스바루 : ───

빌헬름 : ───

스바루 : 그럼 ······ 『네』 면 1번, 『아니오』 면 2번 끄덕여줘

스바루 : 메이드 옷 ─ 은 입고 있지 않을듯하니까
푸른 머리를 한 여자아이를 본적이 있어?

왕국군 지휘관 : ───

지휘관은 2번 고개를 끄덕였다

스바루 : ─ 그럼, 너는 《주인공》 이야?

왕국군 지휘관 : ───

지휘관은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는듯이 다시 고개를 기울였다

에밀리아 : ─ 스바루, 이 사람은 아닌거 같아

스바루 : 나도 그런 느낌이 들어. 빌헬름 씨는 ─

그리고, 밖에서 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빌헬름 : ─ 침입자를 알리는 소리군요

스바루 : 뭐!? 우리가 ─

다음 순간, 스바루의 시야의 옆에서 폭풍이 들이닥쳤다

스바루 : ─ !?

의식을 완전히 빼앗긴 충격은
일방적으로 스바루의 몸을 희롱하고
정신을 차리니, 그는 공중에 떠있었다

스바루 : ─ 커학!!

등에서 전신으로 이어지는 충격
자신을 때린게 벽인지 지면인지도 알 수 없었다

스바루 : 에, 에밀리아 ─

에밀리아의 모습을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빌헬름 씨는 있다. 무사하다

왕국군의 지휘관은 목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하얀 빛의 입자가 되어 터져버렸다

스바루 : ─ 에밀리아!

지휘소의 천장이 없어져서 밤하늘이 보인다

잃어버린건 천장뿐만이 아니었다
강렬한 일격으로 지휘소의 절반이 부서졌다

빌헬름 : 이 기술은 설마 ─ 타르코? 어째서 ······ !?

─ 타르코?

 

스바루는 연기에 감싸인 입자의 너머에서
거대한 형체를 보았다

두 발로 걷고 있지만, 저건 인간이 아닌 짐승이다

이상하게 비대화된 상반신은 곰인가 싶었지만
얼굴의 윤곽이 개를 떠올리게 했었다

에밀리아 : ─ 스바루

스바루 : ─ 에밀리아?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
드디어 제일 사랑하는 소녀의 모습을 발견했다

에밀리아는 발을 접질린듯이 앉아있었다
그 모습의 위쪽에는 천장 대들보가 무너져 있었고
지금도 무너질 기세로 ─

─ 움직여라

─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네 발은 
앞으로도 영원히 움직일 가치가 없다

스바루 : ─ 에밀리아!

튕겨나가듯이 내딛은 스바루의 기억은
그 앞에서부터 끊어지고 끊어져버렸다

에밀리아를 밀어내고 천장의 대들보를 등으로 받아낸다

때마침 꺾여나온 창처럼 날카로운 대들보 끝은
똑바로 겨냥해 스바루의 가슴을 꿰뚫는다

스바루 : ─ 아아악!

고통은 스바루의 사고를 새까맣게 물들고 의식을 날려버린다

에밀리아 : ─ 스바루!

빌헬름 : ─ 스바루 공!?

스바루 : ───

에밀리아와 빌헬름의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작게나마 스바루의 의식이 끊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얼굴을 들어올려 에밀리아와 빌헬름의 얼굴을 보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새빨간 피가 자신의 목숨이
몸의 밖으로 흘러나가는걸 확실하게 느낀다

폐가 으깨져서 호흡을 할 수가 없다
모든 신경이 비명을 지르고 손발끝이 부들부들 떨린다

에밀리아 : 안돼! 스바루, 스바루!

에밀리아가 치유마법을 걸지만, 아마 늦었을테지

─ 지면에 찔려, 벌레의 표본처럼 꼴사나운 죽음이다

─ 아니, 지금까지 죽어왔던거에 비하면 양반이다

얼굴의 한쪽 구석에서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는듯한 소리가 들린다

어느쪽도 나츠키 스바루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 에밀리아를 감싸주고 죽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상당한 가치가 있었다

스바루 : 아아, 그렇겠네 ─

나츠키 스바루의 기억은 이번에야말로 어둠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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