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리제로 : Lost in Memories

리제로스 추억향 8-25

SAYO_ 2022. 9. 11.

지키고 싶었던 것

─ 스바루 일행의 협력으로 시온과 라이라가 대치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 

─ 로보스 고지 정상의 요새 (추억향) / 낮

시온 : ───

라이라 : ───

시온 : ─ 사실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과
이렇게 마주하고 대화를 한다니

라이라 : ───

라이라 : ─ 그게 보통이지. 저 두 사람이 이상한 거야

라이라 : 뭐, 저 두 사람 정도로
우리가 마주해온 시간이 짧지도 않으니
그게 원인일지도 모르겠지만

시온 : 저쪽에는 여러가지로 신경쓰게 해드려서
민폐를 끼치게 되어버렸네요

시온 : 그걸 헛수고로 만들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야기를 해요, 라이라 ─

라이라 : ─.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시온 : ───

시온 : ─ 이름을 붙여 줘서, 고맙다고 ······ 

시온 : 같이 『꿈먹음』 과 싸웠을 때
라이라가 그렇게 말했었죠?

시온 : 저기, 그건 ─

라이라 : ─ 그런 말을 했었던가?

시온 : ─ !?

라이라 : 곧 죽을거라 생각했더니, 마음이 약해졌던거겠지

시온 : 라이라 ······ !

라이라 : 그것보다도, 나도 물어보고 싶었던 게 떠올랐어

라이라 : 너의 그 시온이라는 이름, 어떻게 했어?

시온 : ─ 이전에 아무래도 좋다고 했었죠

라이라 : ───. ─ 그래, 아무래도 좋아

라이라 : 너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해
내 시야에 들어오지 않도록
어디 구석에라도 가버렸으면 좋겠는데 ······ 

시온 : ─ 그게 답인가요, 라이라

라이라 : 답? 답이고 뭐고, 계속 그렇게 말해왔는데

시온 : ─ 저는 당신이 싫어요 ······ 정말 싫어요!

라이라 : 나도 그랬어 ······ 계속 그랬다고

두 사람의 손에서 마법의 빛이 생겨난다

시온 : 당신이 그렇게 바뀌지 않고 벽창호니까 ─ !

라이라 : 약한 나는 필요 없어 ······ !

시온 & 라이라 : 무사!

시온과 라이라의 손에서 무사가 동시에 쏘아진다
두 마법이 한가운데서 부딪쳐 소멸한다

시온 & 라이라 : ─ !!

두 사람은 이미 다음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주변에 떠오르는 무수한 빛의 탄이
거의 같은 타이밍에 발사된다

시온 : 엘 ─

라이라 : ─ 무사!

마력의 충돌이 충격파가 되어 폭풍을 일으키고 굉음이 된다

라이라 : 무슨 일이야?
이대로 몽환술사끼리 이러다 보면
나츠키 스바루의 추억향이 붕괴할텐데?

라이라 : 이전과 똑같은 일을 하려고?

시온 :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공격을 그만둬 주세요

라이라 : 네가 먼저 멈추지 않으면 싫은걸

시온 : ─ 이 장소에서 싸웠던 사람들도 똑같았겠죠

라이라 : 서로 증오했었겠지
그 판단이 자신을 붕괴할지도 모르겠지만
알고 있으니까 그만둘 수 없어

라이라 : 그러니 나는 눈엣가시들을 
내 이빨을 드러내기 전에 배제해왔어

라이라 : 너무 죽였다?
언젠가 나에게 해를 끼칠지도 모르는 상대를 없애는 게
뭐가 이상해?

시온 : 그렇네요 ······ 
라이라가 그런 성격이었다는건 알고 있었어요

시온 : 그러니까, 저도 수단을 고르지 않겠어요!

시온 : ─ 하앗!

엘 무사를 쏘아내며
시온은 다른 한쪽 손으로 마법진을 펼쳤다

마법진이 명멸하고 그곳에서 나온 형태를 보고서
라이라가 놀라서 숨을 멈춘다

망령 : ─ !!

라이라 : ─ !?

시온 : 라이라가 할 수 있는 건
저도 할 수 있다고 이전에 이야기했었죠?

꿈먹음을 보고 겁에 질린 라이라가
망령으로 겁에 질린다는 약점을 꿰뚫어본 한 수였다

망령들 : ─ !!

라이라 : ─ 큭!

시온이 소환한 망령들이 라이라를 노린다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집중력이 흐트러져
마법을 쏘아내는데 틈이 생겨났다

시온 : 하앗!

라이라 : ─ !?

더욱 더 세차지는 시온의 무사를 맞고
라이라가 밀쳐 날아가버렸다

등 뒤에 있었던 정상의 요새 망루에 등을 부딪쳐
공기 덩어리가 생겨난다

라이라 : ─ 으윽!

라이라 : (설마 시온이 이런 수를 쓰다니 ······ )

어느쪽이냐고 한다면, 방금 건 라이라의 수법이다

 

추억향에서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면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라이라 : (그만큼 진심으로 ······ 나를 죽이려고 ······ )

시온 : ───

 

망령들 : ─ !

라이라 : ─ !?

시온 : 당신이 이용했던 스바루 씨들이 어떤 기분이었을지 ······ 
조금은 생각을 해주세요!

라이라 : 왜 타인의 기분을 멋대로 유추해서 신경을 써야 해?

라이라 : 그런 건, 생각할수록 쓸모가 없어

시온 : 알고서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아니예요 ······ 
당신이 똑같은 일을 당하면 어떨지 느껴 보세요

라이라 : ───

라이라 : 무한히 만들어낼 수 있는 재현자에게
하나하나 동정하고 있다면, 몽환술사는 못 해먹겠는걸

라이라 : 너도 고기를 먹을 때마다
가축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거나 하지는 않잖아

시온 : ─. 그래도 해야 할 게 있어요

라이라 : 그걸 고르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는건
너도 알고 있었을텐데 ······ 

라이라 : 『사망회귀』 그 검은 팔 ······ ! 절망적이었어!
지금도 그것에게 도망칠 방법은 하나도 모르잖아!?

시온 : ─ !?

라이라 : 예쁜 말만 해대고! 너의 그런 점이 정말로 짜증이 나!

시온 : ─ 라이라!

망령들 : ─ !

라이라 : ─ 비켜! 재현자에게도 뒤떨어지는 찌꺼기로
내가 언제까지 당해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야!

라이라 : 사라져!

라이라의 몸에서 내뿜어지는 마력이
그녀의 주변을 둘러싼 망령들을 없애버린다

망령들 : ─ !?

시온 : 망령을 ─

시온 : (방금까지 떨고 있었는데 ······ 방금 그 순간에 극복했다 ······ ?)

 

시온 : (이것이 라이라가 가진 정신력 ······ !)

라이라 : ─ 시온!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라이라가 시온에게 뛰어들어서 쓰러뜨린다

양다리로 깔고 앉은 상태로
시온을 향해 마력을 담은 주먹을 내려치려 한다

시온 : ─ 큭!

하지만, 그것보다도 빠르게 시온이 상체를 일으켜
주저하지 않고 박치기를 가했다

라이라를 피해서 후퇴하고
그 사이에 시온도 일어서서 두 몽환술사가 노려본다

라이라 : 항상 ─

라이라 : 항상 헤실헤실 웃어대고, 착한 척 하고
그게 자신을 단념하지 않기 위한 가면이라는 건, 훤히 다 보여!

시온 : 주위에 친구가 있기를 바란다던가
그 사람이 웃어주기를 바란다는게 뭐가 잘못됐나요!

시온 : 라이라처럼 공격적으로 화풀이를 해댄다면
쓸쓸해지기만 할 뿐이에요!

시온과 라이라가 쏘아낸 마법이 충돌한다

휘몰아치는 폭풍속에서 시온이 내딛는다
그것을 예측했다는듯이 라이라도 앞으로 나온다

폭풍 연기 너머로 보이는 상대의 얼굴을 향해
두 사람이 가차없이 주먹을 휘두른다

라이라 : ─ !

시온 : ─ !

라이라 : ─ 나는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어
사람도, 엘프도, 전부 혼자잖아?

라이라 : 일족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부모의 애정을 하나도 모르는 너라면 알텐데

라이라 : 누구라도 혼자야. 자신이 아니면 다 남이라고

시온 : 저는 부모의 애정을 하나도 모르는 게 맞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이 세계에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시온 : 외톨이의 생각을 들이밀지 말아주세요!

시온의 펀치가 라이라의 얼굴에 꽂힌다

라이라 : ─ ! 나는 옳은 말을 했어!

이번에는 라이라의 펀치가 시온의 뺨을 구타한다

시온 : ─ 으으으으! 하셨죠!

라이라 : ─ 악! 이게!

서로 그렇게 주고받는 동안
두 사람의 얼굴이 빨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흥분한 나머지 통증은 느껴지지 않지만
시온의 눈에도 라이라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어째서 눈물이 흐르는지 두 사람은 알 수 없었다

어째서 이렇게도 눈 앞의 상대의 일이 되면
감정이 복받치는 걸 억제할 수 없게 되는지 ─

시온 : 자신이 정당하다니, 그건 잘난 체예요!

라이라 : ─ !! 사람으로 상처를 입은 주제에!

시온 : ─ 으윽!? 그게 뭐라고 ······ !

시온 : 상처를 받는다고 해서 혼자가 된 건, 겁쟁이 라이라잖아요!

라이라 : ─ !?

시온이 혼신의 일격으로 라이라의 몸을 날려버린다

등부터 지면으로 쓰러져, 라이라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본다

라이라 : 그래 ─

라이라 : 그랬던거네

몽환술사 라이라는 약했던거다
아마도, 시온보다 더 약했던거다

몽환술사로서의 재능이나 신체능력과는 다른, 마음의 강함이 ─

라이라 : ─ 부족했다

라이라 : ─ 나는 마음의 어딘가에서
너나 너의 생각을 받아들인다면
약해져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어

라이라 : 그래서 내가 강해지기 위해, 끈질기게 부정해왔어 ─

위를 바라보며 쓰러진 라이라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킨다

시온 : ─ 라이라

시온 : 왜, 그렇게까지 강함을 고집하는거죠?

시온 : 약해도 괜찮잖아요. 왜 그렇게 초조해요?

시온 : 애초에 라이라는 몽환술사로서 충분히 우수해요
왜 그렇게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지 않아요?

라이라 : 그건 ─

시온 : ─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지켜주고 싶었다 ······ 그런 건가요?

라이라 : ───

시온 : 라이라가 지키려고 했었던 건
그 날, 죽음에 직면했었던 저 ─

시온 : 저를 지키려고 했었죠 ─

라이라 : ─ 눈치를 채고, 있었어?

시온 : 혹시라도 그렇지 않을까 정도예요

시온 : 하지만, 그렇기에 저는 라이라가 하려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어요

시온이 지면에 주저 앉은채로
라이라의 곁에 다가가서 몸을 끌어안았다

시온 : 어째서 ······ 왜 한 마디도
한 마디도 해주지 않으셨나요 ······ !

라이라 : ─ 그만둬

시온 : 왜 그렇게까지 서투르시나요 ······ !

라이라 : ─ 이거 놔!

시온 : 놓지 않을거예요! 
제대로, 전부 이야기를 해주기 전까지는 ······ !

라이라 : 무엇을 말하더라도, 나는 너를 죽이려 들었어!
죽으면 돼, 없어지면 된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었어

라이라 : 시작이 어떠했더라도, 이제는 관계가 없는걸 ─

시온 : 그래서 또 시선을 돌리는 건가요!

라이라 : ─ !

시온 : 저도 라이라를 진심으로 사라지게 하려고 했어요
알코르 씨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그랬을 거예요

시온 : 무승부예요. 이거면 됐잖아요 ─

시온 : 저를 제대로 봐 주세요 ······ 
당신이라던가 이 아이라던가 하지 마시고
제 이름을 제대로 불러 주세요!

라이라 : 부정하면서 지키려고 했는데? 오만도 뭣도 아니야
같은 생물로서 대하지 않았던 것과 같아 ······ 

시온 : 각자가 다르다는 걸 생각했다면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요 ······ 

시온 : 저희는 지금 여기서부터 ······ 

제로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 !

라이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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