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리제로 : Lost in Memories

리제로스 신장 2 6화

SAYO_ 2021. 8. 2.

패배

─ 페텔기우스와 조우하고 드디어 목을 따낸 스바루
그의 가슴에 오가는것은 ─

─ 숲 / 낮

스바루 : ───

스바루 : ······ 죽은, 건가?

머리 통째로 잃어버리고 쓰러져버린 페텔기우스의 몸을 슬쩍 본다
요만큼도 움직이지 않는다. 정말로 죽은거다

스바루 : ───

눈을 커다랗게 뜬 채로 한동안 경직된 상태로 있는다
마음이 잔잔해지고 아무것도 느끼려 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뜻밖일 정도의 조우
그리고, 끝나버린 복수

움직이는것도 귀찮아질 정도로 전신에 상처를 입고
준비해온 최후의 카드도 썼다

그려왔던대로 완벽한 전개다

하지만, 그 20년동안 쌓아온 감정을 분출해기엔 너무나도 짧았다

스바루 : 나는 ─

등골이 얼어버릴 정도의 살기에
전신을 관통당한건 그 순간이었다

스바루 : ─ !?

살기를 느낀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
검은 아지랑이같은 팔이 스바루에게 향하려 들었다

스바루 : 뭣!?

당황한 채로 뛰어올라 『보이지 않는 손』 의 공격을 회피한다

스바루 : 어째서? 대체, 무슨 ······ ?

페텔기우스의 시체로 눈을 다시 돌려보지만
이전과 그리 달라진건 없다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 죽은 상태 그대로다

마녀교도 : ───

스바루 : ─ 큭!?

마녀교도 : 아아 ······ 뇌가, 떨, 린다

스바루 : ───

마녀교도가 뒤집어 쓴 후드를 벗고 얼굴을 드러낸다

 

여자 광신도 : ───

스바루 : 어 ······ 어떻게, 왜? 넌 ······ !

눈앞에 대치하는 여자의 얼굴이
방금 죽여버린 남자의 얼굴과 겹쳐 보인다

스바루는 직감적으로 이 여자가
페텔기우스 본인이라는걸 깨닫는다 

여자 광신도 : ─ 『손끝』 입니다

스바루 : 『손끝』 ?

여자 광신도 : 저는 『지두』 ! 저는 총애를 내려받은 몸!
시련을 집행하고 사랑에 충실한 근면한 사도!

여자 광신도 : 아아! 아아, 당신은, 나태하군요?!

스바루 : 카피? 아니, 아니야 ······ !

스바루 : 네녀석은 ······ 페텔기우스로군

여자 광신도 : 그렇습니다! 저는 마녀교도 대죄주교 ─

 

페텔기우스 : 『나태』 담당, 페텔기우스 로마네콩티 ······ 입니다!

스바루 : 무슨 수법이냐 ······ !

페텔기우스 : 그걸 당신에게 알려줄 의리는 없습니다

페텔기우스 : 『나태』 한 권능 ─ 『보이지 않는 손』 입니다

스바루 : ─ !?

새로운 페텔기우스의 몸에서 생겨난 무수한 검은 팔

그 모습을 쫒을수는 있지만
발의 뼈도 부러져버린 만신창이의 스바루에게
피할 수단은 없었다

스바루 : 으아아아아아악!

오른쪽 팔이 비틀어지고
근육들이 쥐어짜내지고 복근이 찢겨나간다

도저히 제정신으로 버틸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스바루의 목소리를 짜내버린다

스바루 : 페텔, 기우스으으으으!?

그러나, 정작 본인은 그런 스바루를 쳐다도 보지 않는다

목이 절단된 시체의 몸을 뒤져
피로 뒤덮힌 복음서를 꺼내어, 머리 위에 게양한다

페텔기우스 : 아아! 나태한 제 몸에 자비를!
사랑에 보답받지 못한 이 몸에 부실을!

페텔기우스 : 총애의 증거인 『복음』 을!
천박한 피로 더럽혀져버린 부덕을! 부디, 부디이이!

눈을 부릅뜨고 눈물을 흘려가며
여자는 그 장소에서 무릎을 꿇고 절하듯이
계속해서 이마를 지면에 쳐박는다

이마가 깨져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깨져버린 날카로운 바위에 눈을 깊게 찔려
자해하는 모습이 되어도 멈출 기색은 없다

페텔기우스 : 아아, 아아, 아아, 사라아앙!

페텔기우스 : 제 불명한 눈을 으깨주신 총애에 감사를!

페텔기우스 : 정수리를 꿰뚫는 이 격통!
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

페텔기우스 : 아픔이라는 이 시련이!
나의 『나태』 를 질타하고, 조교하고, 이끌어주어
저를 근면하게 만드는겁니다!

페텔기우스 : 더, 더 제게 시련을! 사랑으으으으을!

스바루 : 커흑 ······ !

페텔기우스가 되풀이하는 광기는
대부분 스바루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너무 쳐맞은 탓에 눈꺼풀이 무거워져가고
금새 앞을 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자해에서 오는 격통때문인지
『보이지 않는 손』 의 공격이 느슨해졌다

부러진 오른팔 대신에 왼손의 의수로 부러진 검을 쥔다

페텔기우스 : 더! 더! 더! 
시련이 아니라면 근면할 수 없습니다!
저의 몸의 『나태』 에 심판을!

스바루 : 으아아아아!

스바루는 소리를 지르며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페텔기우스에게로 돌진한다

부러진 검은, 페텔기우스가 지금 있는 여자의 몸의
목덜미를 파낸다

페텔기우스 : ───

스바루 : ─ 젠장

얕았다. 공격이 들어가기 직전에 
『보이지 않는 손』 에 스바루의 머리를 붙잡고
너덜너덜한 몸은 지면에 뒹군다

스바루 : 아, 으극 ······ 

페텔기우스는 그상태로 흐르는 피로 
몸 절반을  피로 물들여 복음서를 맴돈다

페텔기우스 : 역시, 써져있지 않군요

더이상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스바루에게로 다가가
부채질하듯이 느긋한 움직임으로 쳐다본다

페텔기우스 : 당신, 역시 『오만』 이지 않습니까?

스바루 : ───

페텔기우스 : 흐음 ······ 역시 당신은 신기한 사람입니다
그렇게나 총애를 받고 있는데도
어째서 사랑을 눈치채지 못하는지

페텔기우스 : 수많은 상황에서 도움을 받아놓고
저는 그분에 대한 걱정으로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페텔기우스 : 그렇게 생각하는건 제가 너무 섣부른겁니까?
그런걸지도 모릅니다

페텔기우스 : 하지만, 하지만하지만하지만!
저는 근면되는 몸이어야만 합니다!
가볍게 생각하는것이야말로 나태!

페텔기우스 : 시련! 당신에게 필요한건
그 무엇보다도 시련인겁니다!

페텔기우스 : 그렇게 해야만 그분의 총애에!
사랑에 사랑받아 사랑을 아는게 가능해지는겁니다!

페텔기우스 : ─ 이제 좀, 아시겠습니까?

스바루 : ───

페텔기우스 : 바란다면 당신이 사랑의 사도를

스바루 : ───

페텔기우스 : 으음 ─ ! 이 몸도 한계인 모양입니다

페텔기우스 : 이정도의 시련으로 한계를 맞다니
어찌 이리도 『나태』 한겁니까 ······ !

발걸음 소리가 멀어져간다

스바루 : ───

스바루 : ─── !

스바루 : ─── ! ─── ! ─── !

신음소리로 울부짖는다. 더 울부짖는다

몽롱해지는 의식속에서
분노도, 후회도, 슬픔도, 감정의 윤곽이 보존되지 않는다

스바루 : ─── ! ─── ! ─── !

그저 충동만이 있었다

목소리가 아닌 목소리로 울부짖지 않으면 안된다
내장이 끓어터질듯한 충동

스바루 : ───

그리고 충동은 돌연히 끊어지고 ─

그의 의식은 어둠속으로 떨어진다

베아트리스 : ─ 나원 참, 손이 많이 가는 남자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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