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옥 안
납치범 남자 : 나와라!
이름 없는 소녀 : 에?
언제나 식사를 가져다주던 남자가
갑자기 철창을 열어 소녀의 손목을 잡고 끌어낸다
이름 없는 소녀 : 시, 싫어 ······ !
납치범 남자 : 날뛰지 마라!
서두르지 않으면 내 일이 들킨다고!
남자는 무서운 얼굴을 짓고, 소녀는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 눈에 비친것은, 마을을 휩쓸고 간 불
그리고 겹겹이 쌓인 불에 타 죽은 시체들
이름 없는 소녀 : ─ !?
이름 없는 소녀 : 뭐야, 이건 ······
납치범 남자 : 뭐라니 ······ 네가 하라고 했잖아
이름 없는 소녀 : 마, 말하지 않았어요! 전, 그런건 ─
??? : 로벨!
납치범 남자 : 커흑!
소녀를 여기까지 끌고온 남자가 갑자기 동료에게 구타당한다
남자 : 너, 왜 이런짓을 한거야!
납치범 남자 : 시끄러워!
나는 여기서 발을 떼고 이 아이랑 살아가기로 결심했어!
납치범 남자 : 도망쳐라! 이녀석은 내가 막겠어! 곧 따라갈게!
이름 없는 소녀 : ───
소녀는 혼란과 공포가 지배되는 상황에서
남자가 말한대로, 폐허가 된 취락을 달려나간다
이름 없는 소녀 : 왜? 어째서? 어쩌다 이런 일이 ─
이름 없는 소녀 : 내가 해라고 했다니, 대체 무슨 ─
??? : 살고싶다고 했잖아
이름 없는 소녀 : 누, 누구 ─ !?
??? : 묻지 않아도 알고 있을텐데?
목소리가 말하는 대로였다
그것은 소녀의 내면에서 들려왔다
이름 없는 소녀 : 이 목소리는 ······ 라이라?
무슨 소리야? 라이라가 이렇게 한거야?
??? : 몽환술사의 힘은 정말 편리하네
꿈의 세계에서 사람을 조종하면
뭐든지 좋을대로 다 해주니까 ······
이름 없는 소녀 : 그럼, 방금 그 사람도 ······
??? : 동정할 필요 없지 않아?
그대로였으면 살해당했을텐데
이름 없는 소녀 : 그렇지만 ─
??? : 되돌아가도 소용없어. 지금은 도망치는거야
이름 없는 소녀 : ───
소녀는 망설인다. 도망치고싶다
하지만, 정신을 빼앗기고 마을에 불을 지른 남자를
그냥 둘 수 있는가 ─
이름 없는 소녀 : 나를 살려주기 위해서 ······ !
생각을 정리하고 뒤로 돌아가려고 하니
소녀의 발이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다
이름 없는 소녀 : ─ !? 왜 ······ ?
??? : 역시 너는 글러먹었네
이름 없는 소녀 : 라이라? 라이라가 그런거야?
??? : 맞아. 이제 이 몸은 너만의 것이 아니야
??? : 얌전히 잠들어 있어
이름 없는 소녀 : ───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소녀의 몸이 땅에 쓰러진다
초록빛이었던 머리가 검게 물들어가고
눈동자도 맑은 오렌지에서 보라색으로 변한다
한쪽으로 묶여있던 머리를 풀어버리고
소녀는 ─ 라이라는 일어섰다
라이라 : 나는, 라이라
라이라 : 자신의 힘이 눈뜨는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둔하니까
이런 상황에서 몸을 뺏기는거야
라이라 : ─ 시끄럽네
라이라 : 아무튼 이 마을은 이미 끝났어
많은 인간들을 먹어치웠으니
천벌이라도 받았다고 생각해버려
라이라 : 그리고 이 몸은 이제 나의 것
이름이 없는 내게는 어울리지 않아
라이라 : ───
라이라 : 조용해졌군 ······
라이라 : 거기서 영원히 꿈이나 보고있으렴
라이라가 된 소녀는 재만 남은 촌락을 뒤로하고
근처 숲으로 달려간다
어두운 숲을 달리는 소녀의 시야에
힘든 상황에 처해있었던 섬이 들어온다
라이라 : ───
살아남기 위해서, 라이라는 섬에서 눈을 돌리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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