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마론탈
─ 크루쉬의 도움을 받고 무사히 사교계 데뷔 무도회를 넘긴 클라라
그것에서 멀지 않은 때의 기억
─ 무도회 / 조금 전
크루쉬 : 드레스가 무사히 고쳐진 모양이군
클라라 : 앗, 네 ······ 저, 저기 ······
크루쉬 님 덕분에 부끄럽지 않게 지나갈 수 있었어요
클라라 : 뭐라 보답을 해드리고 싶습니다만 ······
크루쉬 : 신경쓸 필요는 없다
곤란한 자를 도와주는 건 당연한 일이니
크루쉬 : 그럼, 또 기회가 된다면 ─
클라라 : ─ 잠깐 기다려주세요!
크루쉬 : 무슨 일이지?
클라라 : 저, 저기 ······ 그, 무례한 일임을 알고서
한 가지만 묻고 싶습니다만
클라라 : ······ 크루쉬 님은 왜 그런 모습이신가요?
크루쉬 : 이 옷 말인가. ─ 이상하게 느껴지나?
클라라 : 아뇨, 너무나도 어울리세요 ······
하지만, 남성복을 한 크루쉬 님의 아름다움은 ······
그건 마치 검의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예요
크루쉬 : ───
클라라 : 크루쉬 님은 꽃이 어울리실 거라 생각해요!
클라라 : 혹시 ······ 혹시라도 괜찮으시다면
크루쉬 : ─ 클라라 마론탈
클라라의 말을 잘라내듯이 크루쉬가 그 이름을 불렀다
크루쉬 : 미안하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나는 이만 가봐야만 한다
클라라 : 아 ─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클라라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페리스 : 방금 아이, 마론탈 가문의 영애시죠?
크루쉬 : ······ 보고 있었나
페리스 : 크루쉬 님의 기사니까 당연하죠
그것보다도, 그 눈은 진심이었네요
크루쉬 : 진심, 이라 ······
떠날 때, 귀여운 말을 듣고 나와버렸군
페리스 : 네 ─ ?
크루쉬 : 나에게는 검보다 꽃이 어울리다, 그리 말하더군
페리스 : 그건 ······
크루쉬 : ───
침묵하는 크루쉬
옆에 앉은 페리스는 그녀의 손을 잡으려 하지만
직전쯤에서 손을 거두었다
갈 곳을 잃은 손은 자신의 가슴에 머무르고
지금은 없는 벗을 회상한다
크루쉬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손을 쥐는 것보다
그렇게 하는 편이 그녀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다
─ 그런 느낌이 들었다
─ 팩 랜드 / 저녁
클라라 : 크루쉬 님 ─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크루쉬 : ─ 듣도록 하지
클라라 : ─ !? 아, 저기 ······
클라라는 뺨이 노을처럼 붉게 물들고
그녀를 지켜보는 스바루 일행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스바루 : 아아, 그런 거라면 좋은 장소가 있어!
데이트의 마무리라면 거기가 딱이야!
에밀리아 : 저건 ······ 상자?
스바루 : 관람차야!
저 곤돌라 안에서는 누구도 방해할 수 없지
렘 : 클라라 님, 힘내세요!
람 : 지상에서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베아트리스 : ─ 뭐, 밑져야 본전인 걸까나
기대하지는 않고 기다리겠다는 거야
에밀리아 : 클라라의 기분을 꼭 크루쉬 씨에게 전해줘
클라라 :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 다녀올게요
클라라 : ─ 세바스찬
세바스찬 : ─ 예!
클라라의 부름에 나타난 집사에게서 무언가를 받고
크루쉬와 함께 관람차의 곤돌라에 올라탔다
스바루 : 힘내, 클라라 씨 ······ !
에밀리아 : 관람차는 엄청 크네
에밀리아 : 천천히 도는데, 그 안에 단 둘이 ······
에밀리아 : 뭔가 멋져 ······
클라라 : ───
크루쉬 : ───
클라라 : 저, 저기 ······ 저, 저는 ······ !
크루쉬 : 어깨의 힘을 조금 빼도록 해라
그래서야 혀를 씹을지도 모르겠군
클라라 : 아 ······ 네, 네엣 ······ !
크루쉬 : 내가 먼저 이야기해도 괜찮겠는가?
클라라 : ─ !? 무, 물론이에요
크루쉬 : 나는 『풍견의 가호』 라는 가호가 있다
타인에게 부는 바람을 보고서
그 감정이나 마음의 움직임을 대충 예측할 수 있지
클라라 : 그런가요 ······ ? 어, 그, 그건 ······ !
클라라 : 제 기분은 크루쉬 님에게 전부 보여지고 있었다 ······ !
크루쉬 : 전부는 아니니 안심해라
그저, 경이 내게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은 다 전해졌지
클라라 : 그, 그런 ······ 부, 부끄러워요 ······ !
크루쉬 : 미안하다
나는 원래부터 이런 힘을 가진 사람이다
크루쉬 : 그리고, 그런 전제에 더해, 나는 나의 기사에게
크루쉬 : 기분을 고백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그것을 말하지 않도록 신신당부를 받았지
클라라 : 그 기사님께 뭐라도 감사를 표해야겠네요 ······
크루쉬 : 그래, 그 덕분에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크루쉬 : 앞서 이야기했던 대로
경이 나를 좋아한다는 마음은 알고 있지만
무엇을 전하려는지는 모른다
크루쉬 : 그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도 전혀 모르지
관람차에 올라타기 직전
클라라가 집사에게서 받은 상자를 크루쉬가 응시한다
클라라 : 이건 ······
클라라 : 크루쉬 님은 저를 회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크루쉬 : 그래, 물론 기억하지
클라라 : 거기서 헤어질 때
불손하게도 제가 입을 놀리려던 것으로 ─
클라라 : 저의 마음은 그때부터 계속 바뀌지 않았어요
클라라 : 저는 아름다운 꽃이 살기 위해서는
그에 어울리는 그릇과 장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클라라는 그렇게 말하며 일어섰다
손에 가지고 있는 상자를 열어
그 안에 있는 것을 크루쉬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한 벌의 드레스였다
꽃장식으로 이루어진 선명하게 푸른 드레스
본 사람은 말을 잃을 정도로 아름답고 화사하며
품질적으로도 고결함이 느껴지는 신기한 옷이었다
크루쉬 : ───
그 드레스를 본 순간
크루쉬는 그것에 몸을 걸친 자신을 상상하며
입이 느슨해진 것을 느꼈다
붉은 노을이 비추는 곤돌라 안에서
클라라의 말이 메아리쳤다
클라라 : 드릴게요, 크루쉬 님
당신의 아름다움은 저의 이상향
클라라 : 당신이 살아가는 방식은 저의 용기
언제라도 당신을 곁에서 보고 싶어요
클라라 : 혹시라도 그 기분을 전해드릴 수 있다면
그 검을 몸에서 떼고, 저의 드레스를 입어주시지 않겠어요?
크루쉬 : ───. ──. ─.
크루쉬는 곧바로 답하지 않는다
클라라에게 있어서 영원과 같은 침묵이 흐르고 ─
크루쉬 : ─ 미안하다
크루쉬는 천천히 일어서서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크루쉬 : 경의 마음은 기쁘게 생각한다
그 드레스를 본 순간, 가호가 없어도 모든 것이 전해졌다
크루쉬 : 경의 마음을 몰랐더라면
그 드레스도 흔쾌히 입었겠지
크루쉬 : 하지만, 경의 마음을 알아버렸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입은 이 옷을 떼어낼 수는 없다
크루쉬 : 내가 나로 있기 위해서
경의 마음에는 보답해줄 수가 없다
클라라 : 크루쉬 님 ······
입술이 흔들리고 입술이 흔들린다
눈동자에서 구슬같은 눈물이 흐른다
전신에서 힘이 빠지고
털썩하며 곤돌라의 의자에 허리를 내린다
클라라 : 으, 으으 ······
새어나오는 오열을 삼키듯이 숨기며
흘러넘치는 눈물을 닦아냈다
크루쉬 : ───
관람차의 곤돌라는 천천히 제일 높은 장소로 향한다
크루쉬 : 과거에도 있었지
클라라 : 흐에 ─ ?
크루쉬 : 내게는 검보다 꽃이 어울리다고 말하고
내게 드레스를 입히기 위해서 검을 내려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크루쉬 : 오늘 하루, 경과 함께 지내면서
어째선지 냅둘 수 없는 기분이 들었었다
크루쉬 : 필사적으로 애를 쓰다가 멋지게 구르는 점이
그 사람과 아주 닮았군
클라라 : ───
클라라 : ─ 아
클라라 : 크루쉬 님의 마음은 ······ 저, 그 분은 ─
크루쉬 : ───
크루쉬의 손끝이 클라라의 입술에 닿더니
그 다음에 나올 말을 저지했다
노을이 비추는 곤돌라는 정상에 도착하고
클라라는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
곤돌라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간다
시간은 움직이고 있다
클라라 : 저, 흔들렸어요
꿈 같은 순간이 깨고
클라라는 확실하게 이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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