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리제로 : Lost in Memories

리제로스 유원지 17C화

SAYO_ 2023. 3. 8.

언니의 가르침

─ 크루쉬가 품은 의문
그리고 클라라는 람에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

─ 거대 미궁 내부 / 낮

클라라 : 저, 꿈이 있어요 ─

람 : 꿈 ······ ?

클라라 : 지금 있는 가문을 나와서
왕도에서 옷가게를 차리고 싶어요

람 : 왕도에서 가게를 ······ ? 그 말은 ─

클라라 : 네. 서벤지 후작과의 결혼도 무효로 하고
지금 있는 가문을 나온다 ─ 그런 말이랍니다

람 : 그럼 마론탈 가문은 ······ 


클라라 : 마론탈 가문은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 
가문에 위기가 닥친다면 힘이 되어주고 싶고

클라라 : 하지만, 여자가 가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가문에 시집을 가서 20살도 넘는 연상의 분에게
그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람 : ───

클라라 : 알고 있답니다
이런 말을 하고 있어도 곤란한 일이죠
저도 제멋대로인 질문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클라라 : 그저, 이런 피의 순환인 탓인지
제 어머니도 정약결혼으로 아버지와 맺어지셨어요

클라라 : 부부간에 사이는 절대로 나쁘지 않았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어느샌가 먼 곳을 보시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람 : 그래서 오늘은 어머니의 구두를 신고 왔다는 말이네

클라라 : 네 ······ 이건 저 나름대로의 결의 표명이에요 ······ 

클라라 : 10년 전에 어머니는 돌아가실 때
제게 이렇게 말하셨어요

클라라 : ─ 하고싶은 일을 하렴, 라고

클라라 : 귀족 딸아이에게 남길 유언이라고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어요

클라라 : 그리고, 유품을 정리하던 도중
어머니가 저를 위해 만들어주신 배내옷을 찾았어요

클라라 : 정밀한 자수를 보면서
어머니의 목소리를 한 비명이 들린 기분이 들었어요

클라라 : 자신이 하지 못했던 일을
딸에게 넘겨주지 못했다니, 라는 잔혹한 말

클라라 : 하지만, 마론탈 가문의 딸인 제게 있어서
저는 클라라라는 한 사람의 인간이라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클라라 : 저 개인의 바램과
귀족으로서의 마음가짐이 충돌했을 때
몸을 부숴버리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

클라라 : 귀족으로서의 역할은 무엇인가
나다운 삶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

람 : ───

클라라는 갈등을 품은 채로
조금씩 조금씩 다른 길을 잘라내고서
지금 여기에 도달했을 것이다

주변에서 여러가지를 강압받고
그것을 자신의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씹어오면서 ─

그런 길을 가던 도중에 라인하르트를 만나 좋아한다던가
크루쉬를 좋아하게 된 건, 타고난 명랑함 때문인가

람 : (이상한 사람이야 ······ 
근본적으로 순하고 귀여운 거겠지)

클라라 : 뭔가 어두운 주제로 흘러가기는 했지만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는 꿈이지는 않답니다

클라라 : 제가 만든 옷은 프렉타 포르테 님이
좋다고 평가해주실 정도니까요

람 : 프렉타 포르테 ······  유명한 재봉 장인이네

람 : 그렇다면, 곧바로 가게를 열 수 있지 않으려나

클라라 : 저의 재능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 당장 가게를 열기에는 어렵다고 말씀하셨어요

클라라 : 제가 만든 옷은 너무 새롭다
너무 새로워서 곧바로 루그니카 귀족들에게 받아질 수 없다 ······ 

람 : 바람이 없지는 않기에 질이 나쁘네 
결국은 어두운 이야기가 됐어

클라라 : 아무리 나아가도 지옥이라는 건 이런 느낌이네요

람 : 곤란한 길이라는 걸 알고 있어도
가문에 민폐를 끼친다는 걸 알고 있어도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이유가 되지는 못해

클라라 : 네 ······ 주저할 때마다 
어머니가 남기신 말이 뇌리를 스쳐요

람 : 클라라 님이 크루쉬 님을 그리는 이유를 잘 알겠어

클라라 : 그늘에서 여자답지 않게 속삭이면서도
신념을 가지고 있는 길을 걷는 크루쉬 님이 그리웠다 ······ 

클라라 : 그것을 알았을 때, 세계가 열린 느낌이 들었어요

클라라 : 그 분의 곁에 있고 싶다
고독할 그 마음에 다가가드리고 싶다

클라라 : 그리고, 그 분의 곁에 서는 내가 될 수 있다면
이 꿈도 포기할 필요는 없다

클라라 : 라는 ······ 결국 제 자신의 일이 되어요

클라라 : 이래서는 정말 크루쉬 님을 
사모한다고 말할 수가 없을테니까요

람 : 그건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

람 : 클라라 님이 사랑을 한다는 건
같이 있을 때, 자신답게 있을 수 있는 상대라는 말이지

람 : 사랑은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니까
꺼림칙하게 여기지 않아도 돼

람 : 뭐, 그걸 상대가 받아들일지는 하기 나름이지만

클라라 : 람 언니 ······ 역시 연애 강자네요

람 : 그러니까, 겁낼 것도 비굴할 것도 없어
클라라 님의 좋아한다는 감정을 크루쉬 님에게 부딪치면 돼

클라라 : 알겠어요 ······ 저 해볼게요

클라라 : 그 크루쉬 칼스텐 공작을
저와 제 옷으로 푹 빠지게 해드리겠어요!

강하게 미소를 띄우는 클라라를 보며 람도 미소를 짓는다

클라라가 손을 내밀고, 렘이 그 손을 잡아
굳게 악수를 나누었다 ─

클라라 : 그런데, 크루쉬 님은 어디로 가버리신 걸까요 ······ ?

팩 냥코 : 푹신 ······ !

클라라 : 팩 냥코 씨!?

람 : 아무래도 마중하러 나온 모양이네
에밀리아 님쪽은 무사히 출구로 갔나봐?

팩 냥코 : 푹신푹신 ······ !

람 : 그래, 크루쉬 님, 렘, 바루스도 무사히 출구에 도착했다네

클라라 : 람 언니는 팩 냥코 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시나요 ······ !?

─ 팩 랜드 / 저녁

스바루 : ─ 클라라 씨, 늦네

크루쉬 : 안에 돌아가보는 편이 좋지 않겠는가?

렘 : 아뇨, 괜찮아요
이미 언니가 클라라 님과 합류해서 이쪽으로 오고 계셔요

스바루 : 그건 낭보 ─ 인데, 혹시 『공감각』 인가 하는 그거?

렘 : 네! 언니가 렘에게 「이제 괜찮아 ······ 」 라고
상냥하게 이야기해주시고 있어요!

스바루 : 『공감각』 은 그런 느낌이었던가 ······ ?

베아트리스 : 베티가 아는 지식과는 많이 멀다는 거야

에밀리아 : 그래도, 람이랑 같이 있으면 클라라도 괜찮겠네

스바루 : 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스바루가 돌아보니, 람의 어깨를 빌린 클라라가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크루쉬 : 클라라 마론탈!

람 : 크루쉬 님, 에밀리아 님, 기다리게 해드렸습니다

클라라 : 제가 얼빠진 탓에 걱정을 끼쳐드렸어요 ······ 

람 : 계속 말하지만, 클라라 님의 탓이 아니야
바루스가 잘못한 거지

람 : 이건 벌이야

스바루 : 센티멘탈!

크루쉬 : 람의 말대로, 클라라 마론탈이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그것보다도 ─

클라라 : 제 구두 ······ 계속 가지고 계셨던 건가요?

크루쉬 : 당연하지. 자 ─

크루쉬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클라라에게 구두를 신겨 주었다

클라라 : 크루쉬 님이, 하앗 ······ !

람 : 진정해. 행복으로 쓰러지기에는 일러

클라라 : 마, 맞아요 ······ 람 언니

스바루 : 람 언니!?

에밀리아 : 후후, 두 사람이 엄청 친해졌나봐

렘 : 언니는 언니니까요
클라라 님이 언니라고 부르고 싶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스바루 : 언니라는 건 그런 건가 ······ !?

클라라 : 그러고 보니, 저희를 대려오신 팩 냥코 씨는 어디에 ······ ?

에밀리아 : 너희도 팩 냥코가 안내해서 왔구나

베아트리스 : 팩 냥코는 신사라는 거야
남들 모르게 사람을 도와주러 다니는 걸까나

그때, 멀리서 종이 울렸다

크루쉬 :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

클라라 : 저, 저기 ─

클라라 : 크루쉬 님 ─ 전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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