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차는 다시 돈다
─ 크루쉬에게 차인 클라라
그녀의 마음이 다다르는 장소는 ······
─ 팩 랜드 / 저녁
스바루 : 두 사람이 탄 곤돌라가 슬슬 내려올텐데 ······
람 : 클라라 님은 고백하셨으려나 ······
스바루 : 믿을 수밖에 없어 ······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지만 ······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인가
람 : 괜찮아. 클라라 님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어
스바루 : 람 ······
렘 : 두 분이 탄 곤돌라가 도착했어요
스바루 : 두 사람의 모습은 ─
크루쉬 : ───
렘 : 크루쉬 님만 내리시네요 ······ ?
에밀리아 : 무슨 일이지 ······ ?
크루쉬 : 미안하다
부탁을 할 처지는 아닌 것을 거듭 알지만
클라라 마론탈을 부탁해도 괜찮겠는가?
스바루 : 크루쉬 씨 ······
크루쉬 : 나는 오늘은 이제 돌아가는 편이 좋겠지
보답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받겠다
에밀리아 : 크루쉬 씨 ······
에밀리아의 부름에 크루쉬는 눈짓만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관람차가 돌아간다
클라라는 내리지 않는다
람 : ─ 어쩔 수 없네. 람이 갈게
렘 : 언니 ······ ! 그럼, 렘도 ─
베아트리스 : 많이 간다고 해서 어떻게 될 일이 아니라는 거야
여기는 맡겨두는게 좋다는 거야
렘은 베아트리스에게 저지당하고
람만 클라라가 탄 곤돌라의 안으로 들어갔다
스바루 : 람 ······ 부탁할게
람 : ───
클라라 : ─ 람 언니
클라라 : 저 ······ 저, 크루쉬 님에게 ······
람 : ─ 괜찮아. 말하지 않아도 아니까
클라라 : 으으 ······ 람 언니에게 격려를 받고도
여러분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었고 ······
클라라 : 저, 스스로가 한심해요 ······
람 : ─ 클라라 님 스스로의 사랑이니
응원해준 우리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돼
클라라 : 하지만 ······
람 : 이렇게 될 걸 람은 알고 있었어
람 : 크루쉬 님의 각오를 생각해보면
클라라 님의 고백이 먹히지 않는다는 정도는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었을 테니
람 :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라 님을 응원했던 건
왕선에서 마론탈 가문의 지지를 받고 싶었으니까
람 : 처음부터 무책임한 응원이었던 거지
클라라 : 그만해주세요 ─
클라라 :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람 언니가 제게 해주신 말들은 본심이었을 테니까요
클라라 : 람 언니는 악인이 되어 저를 혼내며
슬픔의 화살을 쏘아내려 하시고 있어요
클라라 : 감정을 털어놓을 사람이 있다면
실연의 아픔을 다르게 볼 수 있을테니까요 ······
람 : 차인다는 미래를 알고 있었다는 건 사실이고
그것은 바뀌지 않아
클라라 : 그래도, 그런 서투른 방식은 람 언니답지 않아요!!
람 : ───
클라라 : 알고 있답니다
불리한 사랑에 초조하고 있는 저를
람 언니가 두고만 볼 수 없는 이유를 ─
클라라 : 원하고 있어서가 아니에요
람 언니도 불리한 사랑을 하시는 거죠
람 : 똑같이 취급하지 말아줘
설령 불리하더라도 람은 반드시 숙원을 이루겠어
클라라 : 어머, 역시 그렇군요!
상대는 누구신가요? 제가 아는 분이려나요!?
람 : 답을 해줄 의리는 없어
클라라 : 그런 ······ 저와 같은 아픔을 짊어지셨던 게 아닌가요!?
람 : 람은 반드시 숙원을 이루겠다고 말했잖아
상처를 서로 핥아준다는 기분나쁜 발상은 버리도록 해
람 : 나원 참 ······
람 언니답지 않은 말을 해서 미안했어
람 : 하지만,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우리가 이러쿵 저러쿵 말을 꺼냈더라도
클라라 님에게 책임이 있어
람 : 쓸데없는 부끄러움이나 평판은 잊어버리고
지금은 스스로를 위해 울도록 해
람 : 사랑을 한 것도 클라라 님
차인 것도 클라라 님
람 : 이 사랑은 클라라 님만의 사랑이야
클라라 : 람 언니 ······
람 : 그런식으로 생각해보면
고백따위는 결국 일시적은 관계에 불과하지 않을까
람 : 그 무엇에도 절망할 필요가 없다
그저, 용기를 낸 자신을 칭찬하고
울고, 울며, 울기만 하면 될 뿐 ─
람 : 그리고, 눈물이 마를 때에 천천히 생각해보는 거야
람 : 크루쉬 님을 다시 쫓을 것인지
마음에 그리던 꿈을 어떻게 할 것인지 ─
람 : 고민이 될 때는 람이 같이 있어줄 테니까
클라라 : 람 언니 ······ !!
람의 품에 달려들어 클라라가 운다
람은 그런 클라라의 등을 상냥하게 두들겨주며
창 너머로 노을에 붉게 물든 팩 랜드를 내려다보았다
가슴에는 클라라가 쥔 드레스를 보며 떨고 있었다
클라라 마론탈은 본인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 크루쉬 칼스텐의 급소에 정면돌파를 했었다
람의 뇌리에 연인의 저주를 건 어린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람 : ─. 정말, 이 어쩜 못난 사랑일까
람 : 그래도 ······ 냅둘 수가 없어
곤돌라가 지상에 내려올 때까지
클라라가 흐느끼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크루쉬 : ─ 후우
팩 냥코 : 푹신, 푹신 ······ !
크루쉬 : ─ 그래서,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생각이지?
팩 냥코 : 푹신 ······ !
크루쉬 : 설마, 내 눈을 속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나
─ 페리스?
팩 냥코 : ───. ──. ─.
페리스 : 얼라라. ─ 언제부터 아셨어요?
크루쉬 : 처음부터다
지룡 고 라운드에서 에밀리아와 같이 탔을 때부터
안에 있지 않았는가
페리스 : 으 ······ 정말 전부 보이고 계셨네요
페리스 : 일부러 전령까지 남기면서
크루쉬 님에게 거짓말을 했는데 ······
크루쉬 : 그 시점에서부터 무언가가 있지 않나 싶었다만 ······
크루쉬 : 왜 이런 행동을 했지?
페리스 : 그건 ······ 저 아이가 진심으로
크루쉬 님을 좋아한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 예요
크루쉬 : 그렇게 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
내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되는가?
페리스 : 그건 복잡한 소녀의 마음인 거예요!
페리스 : 에밀리아 님만이라면 둘째치고
스바루뀽네의 눈 앞에서 페리가
크루쉬 님을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응원이라도 하면
페리스 : 이상한 억측이 돌 게 분명하잖아요!
크루쉬 : ─ 소녀의 마음은 어렵군
페리스 : 맞아요! 소녀의 마음은 복잡해요!
크루쉬 : 그렇군 ······
그나저나, 내가 클라라 마론탈의 고백을 듣고서
크루쉬 : 조금이라도 마음이 흔들린다고 말했다면
그 복잡한 소녀의 마음은 어떻게 되나?
페리스 : 질투하죠!
페리스 : ─ 하지만, 그러지는 않겠죠
크루쉬 : ─ 그래, 그렇군. 네 말이 맞다
크루쉬 : 나는 멈출 수 없다
오늘이라는 날에 마음이 동요해서는 안 된다 ······
크루쉬와 페리스를 태운 용차가
루그니카 팩 랜드를 뒤로 하고 떠난다
크루쉬 : 루그니카 팩 랜드 ······
나쁘지 않은 휴일이었군
페리스 : 또 기회가 생기면 오시나요?
크루쉬 : 조금 더 여러가지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만
당분간은 무리겠지 ······
크루쉬 : 또 내일부터는 바빠진다 ······
영지의 시찰, 영주들의 알현, 밤은 누구의 무도회도 있지
페리스 : 서벤지 후작 주최의 무도회죠
크루쉬 : 그랬지 ······
너무나도 마음이 가지 않는 상대였기에 잊고 있었다
페리스 : 그러고 보니, 크루쉬 님
서벤지 후작에 대해서 들어온 이야기가 있어요
페리스 : 클라라 마론탈 님은 가까운 시기에
서벤지 후작의 자제분과 결혼하실 예정이래요
크루쉬 : 그런가 ······
이제와서 내가 무언가를 입에서 꺼낼 처지는 아니다만 ······
페리스 : 아뇨,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크루쉬 님은 오늘 여기에 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크루쉬 : 그렇군 ······ 그런 건가
페리스 : 페리에게 있어서는 이것도 어떠한 인연이고
살짝은 참견을 불태워도 되지 않냐고 생각해요
크루쉬 : 어떠한 인연이 아니다
페리스, 알고서 예정을 들인 거지?
페리스 : 글쎄요, 무슨 말씀이시려나?
크루쉬 : 문제가 있는 상대인가?
페리스 :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버님의 지위를 이을 그릇은 아니다, 일까요
크루쉬 : ─ 알겠다. 내일 조금 찾아보도록 하지
페리스 : 크루쉬 님이라면 그리 말하실 거라 믿고 있었어요
크루쉬 : 그런데 페리스
나는 아직 거짓말에 대한 벌을 전하지 않았군
페리스 : 네?
크루쉬 : 신뢰하는 기사의 불총에 머리가 조금 아파졌다
저택에 돌아가는 동안 어깨를 빌리고 싶군
페리스 : 에, 에에에에엑 ─ !?
크루쉬 : ─ 얌전히 있어라. 잘 수 없지 않는가
페리스 : ───
페리스 : ─ 후훗. 편히 쉬세요, 크루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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