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 스바루와 같은 방에서 묵게 된 스바루는
20년 전 기억으로 꿈을 꾼다
─ 로즈월 저택 복도 / 낮
스바루 : 흠흠흠~♪ 창문닦기 완료!
스바루 : 다음은 저녁밥 준비를 도와주고 ─
렘 : ─ 스바루 군!
스바루 : 오, 렘? 무슨 일이야?
렘 : 이것좀 봐주세요!
스바루 : 음? 낡아보이는 책이네. 이게 왜?
스바루는 렘이 넘겨준 책을 들고 팔랑팔랑 넘겨본다
스바루 : 으음 ─ 전혀 못읽겠어
이거, 이문자나 하문자가 아닌거지?
렘 : 네. 내용은 렘도 읽을 수 없지만 ······
렘 : 여기를 봐주세요
렘이 가리키는 부분을 보니
포테이토 샐러드 같은 삽화가 실려 있었다
스바루 : 이건 ─
렘 : 맞아요. 전에 렘이 스바루 군을 위해 만들었던
『포테이토 샐러드』 랑 완전 똑같아요
며칠 전 이야기이다
렘은 마요네즈를 좋아하는 스바루를 기쁘게 하기 위해
포테이토 샐러드를 스스로 고안해내서 그에게 만들어주었다
스바루 : 맛있었지 ······ 하지만 그건
렘이 스스로 마요네즈의 맛을 역산해서 만들었으니까
렘 : 네, 스바루 군을 위해서!
칭찬을 받고싶은 오라가 전신에서 느껴진다
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스바루는 낡은 책을 계속 살펴본다
스바루 : 아무래도 레시피 책인 모양인데
그중에서도 스바루가 아는 요리가 몇 종류 실려 있었다
스바루 : 이쪽은 다시봐도 오뎅이고
이쪽은 두부야 ······ !
스바루 : 내 고향에 있는 요리 ······
나 말고도 전이해온 사람이 있었나봐 ······
렘 : 렘이 도움이 됐을까요!?
스바루 : 음 ······ 그래, 아주 잘했어!
이것만 있으면 내 고향의 맛을
에밀리아땅에게 맛보게 해줄 수 있어!
렘 : 네!
렘 : 하지만, 낡은 문헌이라
렘은 뭐라고 써져있는지 읽지 못하겠어요 ······
렘 : 베아트리스 님이라면 해석하실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스바루 : ─ 그렇겠네. 그래서 나한테 왔구나
렘 : 사실은 스바루 군을 놀래켜드리고 싶었는데
스바루 : 그 기분만으로도 나는 충분해
스바루 : 그렇게 됐으니, 베아꼬맹이가 어디 숨어있는지 ······
스바루는 주변을 둘러보고 눈에띄는 문을 열어본다
스바루 : 여기다!
베아트리스 : ─ 으앙!?
스바루 : 오오, 있다 있어. 찾고 있었어
렘 : 역시 스바루 군이에요!
베아트리스 : 또 질리지도 않게 멋대로 남의 방을 ······
정말 짜증나는 녀석인거야
스바루 : 네가 방에 틀어박히지만 않으면
이쪽도 강경수단을 쓸 필요가 없지
베아트리스 : 그딴 허언은 들을 필요도 없는거야
스바루 : 거짓말이 아니야! 그렇지, 렘!
렘 : 맞아요! 영역을 강제로 불쑥불쑥 들어가버리는건
스바루 군의 특기인걸요!
스바루 : 확실히 풋 인도어는 내 엑스퍼트지만!
거기서는 좀 보조해주라!
베아트리스 : ─ 하아, 그래서 대체 무슨 용건인거야?
스바루 : 아아, 사실은 ─
스바루는 렘이 가져온
레시피 책에 대해서 설명하고, 해석을 부탁했다
스바루 : ─ 그렇게 된 일이야! 베아꼬맹이! 꼭좀 들어주라!
베아트리스 : 허락을 받는다면일까나
베아트리스 : 너를 기쁘게 하려고 만드는 요리에 어울리는건
신물이 날 지경인거야
영상 | 영상 |
편하게 (즉흥 400) | 겸허하게 (지식 -40 / 즉흥 400) |
에에엥~! 그렇게 매정하게 굴지 말아주라! |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베아트리스 님! |
스바루 : 너도 마요네즈는 좋아하잖아 두부를 만들 수 있으면 유부를 만들어서 금단의 오뎅국, 마요주머니도 가능하다고 |
스바루 : 이 천한 남자를 위해 힘을 빌려주시옵소서! |
베아트리스 : 잘 모르겠지만 듣는것만으로도 무서운 요리인거야! |
베아트리스 : 몸으로 판별할거였다면 그런 부탁은 할 수 없는거야 |
렘 : 베아트리스 님, 렘도 부탁드릴게요
베아트리스 : 베티가 알 바 아닌거야
용건이 그것뿐이라면 냉큼 나가달라는거야!
스바루 : 아, 잠깐 기다려보라니까!
그렇게 매정하게 나올 필요까지는 없잖아
모처럼이니까 같이 요리해보자고
스바루 : 히키코모리 경험자의 어드바이스야
스바루 : 한 방에서 같은 풍경만 보다보면
몸에도 마음에도 좋지 않아
스바루 : 그러니까 ─
베아트리스 : ─ 대단하신 참견인거야
베아트리스 : 베티에 대해서
네가 이러쿵 저러쿵 할 입장이 아닌거야!
스바루 : ─ 오으아악!
베아트리스의 손에서 내던져진 일격으로
스바루의 몸은 복도로 날려져버린다
스바루 : 아야야야야 ······
렘 : 스바루 군! 괜찮으신가요?
스바루 : 베아꼬맹이 녀석, 뭔가 기분이 나빠보였는데
렘 : 죄송해요, 렘이 스바루 군에게 부탁한건데 ······
스바루 : 아니야, 렘은 잘못한거 없어
부주의하게 말한건 아마 내쪽일테니까
스바루 : 어떻게든 기분을 풀어줄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네 ······
스바루 : ───
스바루 : ······ 꿈?
스바루 : ───
스바루 : 왜 이제와서 그런 꿈을 ······
상체를 일으켜 스바루는 침대쪽을 바라본다
베아트리스는 순수한 소녀같은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베아트리스 : ─ 스으
스바루 : 베아트리스 ······
스바루 : 이녀석은 20년간 그 저택에서 혼자 있었지 ······
베아트리스 : 왜소한 인간의 척도로 베티를 재려고 들지 말라는거야
베아트리스 : 베티에게 있어서 그 시간도
만연하게 지내온 나날에 불과한거야
렘 : 베아트리스 님은 강한 척 하셨던거라 생각해요 ······
스바루 : 렘 ······
스바루 : 그건 내가 좋을대로의 해석이 아닐까?
하지만, 스바루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베아트리스에게 있어서도 그 시간은
둘도 없이 소중한 시간이었을테니까
설령 그것이 제멋대로인 부탁이라고 할지라도
스바루 : 하지만 ─
스바루 : 그렇다면, 베아트리스는 ······
스바루 : 나한테 뭘 기대하는거지?
그 가능성을 떠올린 순간, 심장이 팽창하듯이 비명을 지른다
복수를 위해 살고 있는 지금의 스바루에게
답해줄 수 있는 기대가 있을리가 없다
스바루 : 나는 내 바램을 위해서 베아트리스를 이용하려고 했어
그게 뭐가 나쁜가?
제대로된 인간성은 진작에 버렸을텐데
하지만, 베아트리스와 같이 있어서 되살아나는 기억은 ─
나츠키 스바루의 마음을 울부짖으려 한다
스바루 : 렘 ······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렘 : ───
렘의 환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온기가 없는 팔이 스바루를 감싸안는다
다음 날 아침
스바루 일행은 여관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엘자가 오는걸 기다린다
스바루 : ───
베아트리스 : ───
페리스 : ───
남자 : 이봐, 그거 들었어?
다른 남자 : 그래 ─
다른 남자 : 전부 죽었다나봐 ─
남자 : 대체 어떤 녀석들이 보낸거지?
다른 남자 : 나도 모르지
저택에 숨어든건 새까만 여자 하나라던데 ─
남자 : 그, 그건 제 어떤 멍청이라도 ─
스바루 : ───
엘자 : ───
남자 : ─ 히익!?
다른 남자 : ─ 새, 새까만 여자!?
남자 : 계, 계산은 여기에 두고 갈게!
다른 남자 : 기, 기다려봐!!
스바루 : 아 ······ 꽤 크게 했나보군
엘자 : 그정도는 아닌걸
그만큼 고생했는데 즐기지 못해서
소화불량이 걸렸을 정도야
엘자 : 이 갈증을 네 의뢰가 해결해주길 기대하고 있어
스바루 : 하하 ······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잘 혹사시켜 줄게
엘자 : ─ 후후
스바루 일행은 가게를 나오고 여관에 뒀던 용차를 찾았다
스바루가 마부대에 앉아 고삐를 흔드니
파트라슈가 짧은 울음을 내고 달리기 시작한다
하늘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푸르고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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